슬랙 휴가 봇, 내가 만든 이유

이승우
이승우

제가 슬랙 휴가 봇을 만든 이유는 단순해요.

큰 회사에 다니면 대부분 그룹웨어가 있어서 연차가 자동으로 관리돼요. 몇 개 부여됐고, 얼마 남았고, 오늘 반차 쓰면 잔여가 얼마인지 다 나옵니다.

근데 작은 회사는 그렇지 못해요. 도대체 내 연차는 몇 개가 부여됐고, 얼마나 남아 있고, 정확히 관리되고 있는 걸까? 이 궁금증이 늘 있었어요. 실제로 작은 회사들은 연차를 엑셀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실제로 쓴 개수와 회사에서 기록한 개수가 다르기도 했어요.

이거 사실 돈이 걸린 아주 민감한 문제예요. 미사용 연차는 퇴사할 때 수당으로 정산되니까요. 한두 개 차이가 몇십만 원, 회사 규모에 따라 몇백만 원 차이로 이어져요.

실제로 제가 예전에 규모가 크지 않은 회사에 다닐 때, 제가 세어놓은 연차 개수와 인사팀의 기록이 달라서 난감했던 적이 있었어요. 반차 한두 개가 어디로 갔는지 서로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었죠.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엑셀로만 관리된다면 데이터가 실수로든, 의도적으로든 바뀌어도 직원은 그 사실을 알 방법이 거의 없겠구나.'

물론 대부분의 인사 담당자는 그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문제는 사람을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시스템 자체가 변경 이력을 남기지 않고, 직원이 직접 확인하거나 검증할 방법도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직접 풀어보고 싶었습니다.

정확히 내 연차가 어떻게 계산된 걸까

솔직히 저는 회사가 부여한 연차 개수를 볼 때마다 이런 궁금증이 늘 있었어요.

  • 이게 회계연도 기준일까, 입사일 기준일까?
  • 근로기준법에 정말 부합하는 계산일까?
  • 회계연도 기준이라면 첫 해 비례는 어떻게 계산된 거지?

그런데 이걸 뜯어서 설명해주는 회사는 거의 없었어요. "그냥 15일 줬어요" 정도에서 끝났죠. 인사 담당도 정확한 답을 못 주는 경우가 많았고요.

그래서 두 가지를 확실히 정했어요.

1. 근로기준법 표준(큰 회사가 쓰는 방식)을 그대로 따르자

작은 회사라고 대충 계산해도 되는 게 아니잖아요. 오히려 반대로, 큰 회사 그룹웨어가 하는 정확한 방식을 그대로 자동화해서 작은 회사도 쓸 수 있게 만들어야죠.

관리자 페이지에서 계산 기준(회계연도/입사일), 소수 처리 방법, 월차 만료 정책까지 세팅할 수 있어요.

VacayBuddy 관리자 연차 생성 설정 화면 — 회계연도 기준, 소수 처리(올림), 월차 만료 정책까지 세밀하게 설정 가능

한 번 세팅해두면 그다음부턴 입사일만 넣어도 월차 11일 상한, 연차 15일에서 25일까지 가산, 회계연도 첫 해 비례 계산이 다 자동으로 굴러가요. 인사 담당이 근로기준법 스터디하지 않아도 되고요 (자세한 계산법은 연차 계산 가이드에 따로 정리해뒀어요).

2.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근로자에게 전부 설명해준다

사실 이게 더 중요해요. 관리자가 어떻게 세팅했든, 근로자 본인이 자기 연차 왜 이 개수가 나왔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부여된 연차마다 계산 과정을 상세하게 보여줘요.

아래는 입사연도로 계산된 2년차 연차 부여 상세 화면이에요. 계산 기준, 입사일, 근속연수, 만료일, 부여 로직까지 전부 보여주죠. VacayBuddy 연차 부여 상세 화면 — 계산 기준·입사일·근속연수·만료일·부여 로직까지 투명하게

아래는 회계연도로 계산된 3년차 연차 부여 상세 화면이에요. 15일 + 1일(3년차부터 2년마다 +1일) 계산 로직이 그대로 표시돼요.

3년차 연차 부여 상세 — "15일 + 1일 (3년차부터 2년마다 +1일)" 계산 로직이 그대로 표시

만료일도 같이 표시한 데엔 이유가 있어요. 회사마다 만료 정책이 다르고(발생일+1년, 회계연도 말일 등), 어떤 회사는 아예 만료일을 안 알려주기도 하거든요. 내 연차가 언제까지 쓸 수 있는 건지 미리 알아야 그 안에 계획을 세우거나, 아깝게 소멸시키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부여마다 만료일을 명시적으로 보여줘요.

이 화면 하나면 "왜 내 연차가 이만큼이지?"라는 질문이 사라져요. 관리자한테 물어볼 필요도, 근로기준법을 찾아볼 필요도 없어요. 화면이 이미 다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투명해지면 다툴 일 자체가 없어져요.

그리고 슬랙 안에서 다 끝나게

계산이 아무리 정확해도 직원이 매번 새로운 서비스를 열어야 한다면 결국 잘 안 쓰게 됩니다.

작은 회사는 대부분 슬랙으로 업무를 하고 있으니까 신청부터 승인, 잔여 확인까지 슬랙 안에서 끝나는 게 중요했습니다.

그래서 슬랙 봇에서 연차, 반차, 반반차, 시간 단위만 선택하면 차감량이 자동으로 계산되고, 승인과 동시에 잔여 연차에 바로 반영됩니다.

슬랙에서 오후 반차 신청 화면 — 템플릿 선택만으로 차감량이 자동 계산됨

감사 로그(Audit Log) — 연차 관리를 더 투명하게

연차는 결국 돈과 연결되는 데이터예요.

그래서 저는 단순히 신청과 승인만 되는 시스템이 아니라, 누가 언제 무엇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남는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모든 사용자 액션은 자동으로 기록됩니다.

  • 누가 언제 연차를 신청했는지

  • 누가 언제 승인·반려했는지

  • 누가 언제 삭제하거나 복구했는지

  • 관리자가 잔여 연차를 조정했다면 그 기록까지

몇 년이 지나도 당시 어떤 사용자가 어떤 작업을 했는지 그대로 확인할 수 있어요.

이렇게 기록이 남으면 직원도 안심할 수 있고, 인사 담당자도 훨씬 편해집니다.

"이 연차는 왜 차감됐나요?"

"누가 승인했나요?"

"언제 수정된 건가요?"

예전 같으면 엑셀을 뒤져가며 확인해야 했던 일도 이제는 기록만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실수로 신청을 삭제했다면 복구하면서 차감된 연차와 캘린더 일정까지 함께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있어요.

결국 중요한 건 누군가를 감시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과정이 기록되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직원도 회사도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저는 그게 연차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참고로 시간 단위 연차는 2026년 5월 법 개정으로 의무화되면서 이런 변경 이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 쓰시는 분들 반응

지금 쓰시는 분들은 제가 만든 취지 그대로 엑셀로 하던 걸 시스템으로 바꾸니 훨씬 투명해졌고, 직원 만족도도 올랐고, 무엇보다 슬랙 안에서 다 되니까 정말 편하다는 반응을 자주 주세요.

저는 이게 작은 회사가 오랫동안 안고 있던 페인포인트를 확실히 풀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많이 만족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작은 회사에서 연차 관리가 어려운 건 인사 담당자의 잘못이 아니에요. 좋은 도구가 없었던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큰 회사는 그룹웨어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만, 작은 회사는 아직도 엑셀 파일 하나로 관리하는 곳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실수가 생기고, 서로 숫자를 맞춰보느라 시간을 쓰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솔직히 이 서비스를 만들면서 돈도 벌고 싶었습니다.😄
다만 그보다 "왜 이 문제는 아직도 그대로일까?" 라는 생각이 더 컸어요.

요즘은 AI로 많은 업무를 자동화하는 시대인데, 정작 직원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연차 관리는 아직도 엑셀에 의존하는 곳이 많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많은 팀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인당 990원, 5인 미만은 무료로 시작했어요. 작은 회사도 큰 회사처럼 투명하고 편하게 연차를 관리하는 게 당연해졌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실제로 사용한 연차 개수와 회사가 기록한 개수가 항상 같고, 연차가 어떻게 계산됐는지와 언제 만료되는지까지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저는 그 경험 하나만으로도 이 서비스를 만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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